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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시대별 작곡가/근현대 시대 (1900-현재)

아르놀트 쇤베르크, 조성 음악의 해체자

by Sol&Music 2025. 4. 12.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혁명적'이라는 수식어는 흔하지 않지만,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는 그 표현에 가장 가까운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는 기존의 조성 체계를 무너뜨리고, 12음 기법(음렬기법)이라는 전혀 새로운 작곡 방식을 제시하며 현대음악의 큰 흐름을 바꾼 혁신가였습니다. 오늘날에도 그의 음악은 도전적이고,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음악, 실험음악 등 광범위한 장르에까지 깊게 퍼져 있습니다.

 

 

🎵 글 목차
1. 시대적 배경 – 전통의 붕괴와 새로운 언어의 필요

2. 작곡가의 생애 – 비엔나의 유대인 작곡가에서 미국의 교육자로

3. 음악적 특징 – 조성의 해체와 12음 기법의 탄생

4. 대표 작품과 추천곡 – 쇤베르크 입문을 위한 5곡

 

 

1. 시대적 배경 – 전통의 붕괴와 새로운 언어의 필요

20세기 초 유럽은 정치, 사회, 예술 모든 면에서 전통과 가치의 붕괴를 겪고 있었습니다. 음악 또한 낭만주의의 정점을 지나며 더 이상 기존의 조성 체계(장조, 단조)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끼게 되었죠.

쇤베르크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음악이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필요로 한다고 믿었던 작곡가였습니다. 그는 바그너, 말러, 브람스 등의 영향을 받으며 출발했지만, 점차 조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무조음악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나아가 모든 음이 동등한 가치를 갖는 12음 기법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변화였고, 음악사에서 하나의 거대한 전환점으로 기록됩니다.

 


 

2. 작곡가의 생애 – 비엔나의 유대인 작곡가에서 미국의 교육자로

아르놀트 쇤베르크(1874–1951)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독학으로 작곡을 시작했으며, 말년까지도 지속적으로 작곡 이론을 체계화하고 교육에 헌신한 지성파 예술가였습니다.

19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무조성 음악을 시도했으며, 1920년대에는 12음 기법을 완성합니다. 그와 함께 활동한 제자들로는 알반 베르크, 안톤 베베른이 있으며, 이들을 묶어 흔히 제2빈 악파라고 부릅니다.

1933년, 유대인이었던 그는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고, 이후 UCLA에서 교육자로 활동하며 많은 학생을 길렀습니다. 그는 음악뿐 아니라 철학, 회화 등 예술 전반에 걸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다면적 인물이었습니다.

 


 

3. 음악적 특징 – 조성의 해체와 12음 기법의 탄생

쇤베르크의 음악은 크게 세 시기로 나뉩니다.

  • 초기: 말러와 브람스를 잇는 후기 낭만주의 양식 (예: Verklärte Nacht)
  • 중기: 조성을 완전히 해체한 무조성 음악 (예: Pierrot Lunaire)
  • 후기: 12음 기법을 활용한 구조적 음악 (예: Suite for Piano, Op. 25)

12음 기법은 옥타브 안의 12개의 모든 음을 한 번씩 사용해 음열을 만들고, 이를 다양한 방식(전위, 역행, 반전 등)으로 변형해 작곡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특정 음에 중심을 두는 ‘조성’ 개념을 해체하고, 모든 음이 동등한 구조 안에서 사용되는 새 질서를 창조했죠.

쇤베르크는 감정 표현보다는 논리성과 구조, 추상적 구성 원리에 집중했기 때문에, 그의 음악은 ‘어렵고 차갑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수학적 아름다움과 시대를 관통한 철학이 숨겨져 있습니다.

 

 


 

4. 대표 작품과 추천곡 – 쇤베르크 입문을 위한 5곡

쇤베르크의 음악은 난해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각 시기의 대표작을 골라 감상하면 그의 변화와 의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Verklärte Nacht (환한 밤), Op. 4
    → 낭만주의적 아름다움이 담긴 현악 6중주곡, 초기 작품 입문 추천
  2. Pierrot Lunaire (달의 피에로), Op. 21
    → 말하는 듯한 창법 ‘슈프레히게장’이 사용된 대표적인 무조성 음악
  3. Piano Suite, Op. 25
    → 12음 기법을 처음으로 완성도 있게 구현한 건반 작품
  4. String Quartet No. 2, Op. 10
    → 조성에서 무조로 넘어가는 과정을 들을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
  5. A Survivor from Warsaw, Op. 46
    → 유대인 학살을 다룬 강렬한 표현의 칸타타, 드라마틱한 음향과 메시지

Verklärte Nacht Op. 4

 


 

낯설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이름

아르놀트 쇤베르크는 클래식 음악에서 가장 급진적이면서도 영향력 있는 존재 중 하나입니다. 그의 음악은 전통을 해체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질서와 구조를 제시했기에 혼돈 속의 질서라고도 불릴 수 있습니다.

비록 귀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의 음악을 이해하려는 시도만으로도 클래식 음악에 대한 시야가 훨씬 넓어질 것입니다. 낭만주의 음악에 익숙한 청취자라면, 쇤베르크를 통해 새로운 음악의 언어와 마주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겠죠.

 

 

'현대음악'과 '12음 기법' 그리고 '쇤베르크'. 무조음악
작곡과 재학시절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