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만이 음악일까?” “침묵조차도 음악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던진 작곡가가 있습니다. 바로 20세기 전위예술의 대표 인물, 존 케이지(John Cage)입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의 규칙, 작곡가의 권위, 연주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어버린 실험가였습니다. 케이지는 ‘음악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는 통념에 도전하며, 소리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한 작곡가로 기억됩니다.
🎵 글 목차
1. 시대적 배경 – 혼돈 속의 창조, 20세기 전위예술의 흐름
2. 작곡가의 생애 – 철학, 동양사상, 실험의 길
3. 음악적 특징 – 우연성, 침묵, 그리고 ‘듣기’에 대한 전환
4. 대표 작품과 추천곡 – 케이지를 이해하는 5개의 작품
1. 시대적 배경 – 혼돈 속의 창조, 20세기 전위예술의 흐름
20세기 중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예술계는 질서와 규칙보다는 해체와 실험, 자유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전환되었습니다. 음악에서도 무조음악, 음렬기법, 전자음악 등 다양한 실험이 이어졌고, 청중의 반응은 점점 예측 불가능해졌죠.
이 시기 미국에서는 유럽 중심의 고전음악 전통에서 벗어난 미국만의 전위 음악이 싹트고 있었습니다. 존 케이지는 이 흐름 속에서 ‘모든 소리는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기존 음악의 범주를 넘어서는 작품들을 선보이게 됩니다.
2. 작곡가의 생애 – 철학, 동양사상, 실험의 길
존 케이지(1912–1992)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으로, 젊은 시절 아널드 쇤베르크에게 작곡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조성 해체나 구조 중심의 12음 기법조차 그에겐 또 다른 ‘규칙’처럼 느껴졌고, 곧 음악의 본질 자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동양철학(특히 도교, 선불교)에 영향을 받아 ‘비의도적 예술’, ‘무위(無爲)의 미학’을 추구하게 되었고, 이후 우연성 음악과 침묵의 개념을 음악에 적극적으로 반영합니다. 또한 작곡가의 통제력을 내려놓고 연주자와 청중이 음악을 완성하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3. 음악적 특징 – 우연성, 침묵, 그리고 ‘듣기’에 대한 전환
존 케이지의 음악은 전통적인 악보와 연주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 우연성(Chance Operations):
그는 작곡할 때 주사위, 동전 던지기, ‘주역’(I Ching) 등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결과를 통제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음악은 예측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갖게 됩니다. - 준비된 피아노 (Prepared Piano):
피아노 현 사이에 고무, 나사, 금속 등을 넣어 이색적인 타악기적 소리를 내게 한 케이지의 독창적 아이디어입니다. 하나의 악기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시도였죠. - 침묵의 음악:
그의 대표작 *<4분 33초>*는 연주자가 아무 음도 내지 않고 4분 33초 동안 앉아 있는 곡입니다. 이 작품은 “소리가 없을 때조차, 우리는 환경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철학을 드러냅니다. 청중이 듣는 것은 연주가 아니라 자신의 호흡, 주변 소리, 시간의 흐름인 셈이죠.
이처럼 케이지는 소리를 재료로서가 아닌 경험과 인식의 문제로 접근했고, 우리가 무엇을 ‘음악’이라 정의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4. 대표 작품과 추천곡 – 케이지를 이해하는 5개의 작품
처음 접하는 분에게도 어렵지만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는 케이지의 주요 작품을 소개합니다:
- 4′33″ (1952)
→ 침묵의 작품. 전통 음악의 개념을 근본부터 흔든 대표작 - Sonatas and Interludes for Prepared Piano (1946–48)
→ 준비된 피아노로 만들어낸 독특한 음색과 타악기적 표현 - Music of Changes (1951)
→ ‘주역’을 기반으로 작곡된 대표적인 우연성 음악 - Imaginary Landscape No. 4 (1951)
→ 라디오 12대를 활용한 전자음악. 우연성과 기술의 결합 - Concert for Piano and Orchestra (1957–58)
→ 연주자의 해석과 즉흥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
John Cage: 4'33'' / Petrenko · Berliner Philharmoniker
소리를 듣는 법을 다시 배우게 하는 작곡가
존 케이지는 소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소리를 '듣는 법'을 바꾸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음악을 형식이나 화성, 멜로디의 집합으로 보지 않고, 인간이 인식하는 ‘소리의 경험’ 그 자체로 보았습니다.
그의 음악은 누군가에겐 충격이었고, 또 누군가에겐 예술의 해방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틀 안에서 새로운 감각을 탐험하고 싶은 분이라면, 존 케이지의 작품에 한 번 귀 기울여 보세요. 그 순간, 음악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Prepared Piano는 공포영화 음악을 만들때 사용하는데 굉장히 적합합니다.
피아노 현은 왜 뜯나요? 피아노 현위에 연필은 왜 올려놓는거죠?
스타인웨이한테 그러지마요.